또 다른 풍경
2000년 1월 4일-1월 12일
사진마당(서울)
2000년 1월 19일-1월 22일
태화갤러리(부산)
전포동 - 두 개의 풍경이야기
리연희(사진비평)
길을 지나다가 어느 가게에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혹은 보이는 글귀들이 언젠가 얼마나 많은 내 인생을 차지했었던 부분들인지를 깨달은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불변의 법칙으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고 어느새 이곳까지 와버렸느냐는 질문마저 무색케 하는 나이가 더 크게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요즘, 변하지 않는게 무엇이 있을까? 작년에 피었던 뒷동산의 꽃나무가 올해는 커다란 아파트로 무장한 채 서 있는데... 한때 빈민가였던 부산의 전포동에 대한 기억을 김효산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옛 모습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도시화의 바람으로 어려웠던 그 시절, 사람 냄새나던 모양새마저 잊어버리라는 냉정한 요구가 이 사진가의 눈에는 무척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마치 이방인과 같은 시선으로 전포동의 발전을 말없이 지켜보는 그는 이곳의 오랜 관찰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목 귀퉁이에 흙과 풀이 있던 전포동이었을텐데, 이젠 단단한 콘크리트 계단만이 늘어나는 세월을 대신하고 있다.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인식하지 못했다면 무심한 것일테고, 그저 잘 적응하고 산다는게 도시에 사는 이들의 괜챦은 답변일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존재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로서 셀 수 없는 감정과 표현들을 엮어 나가게 하는 힘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없어서 불편하기보다는 있기 때문에 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고 있지나 않는지 의문스럽다. 변한다는 이유로 좀 더 편하고 세련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정말 좋은 문명으로 대우받게 되고, 기존에 있던 방향 대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수고는 번지도 알 수 없는 새로운 지도를 등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이러한 사항들은 물질적인 개념에서 이미 보여진 물성을 뜻하는 것이지 태어나서 처음 맡았던 바다의 냄새마저 지워버리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김효산은 파인더 속 전포동을 보면서 또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그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 가졌던 기대나 실망 같은 소담스러운 일들일 것이다. 사진 속에 보여지는 풍경들은 어느 정도 문명을 받아들인 전포동이지만 실질적인 중심은 과거에 판자촌일지 모르는 그곳에 대한 향수라는게 적당한 표현이겠다.
일순간 만들어진 듯한 고층빌딩 속에서 이미 그곳은 전포동이라는 지명이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식시키려는 김효산의 작업은 두 가지 풍경을 동시에 연장시키려는 이차적인 메시지에 맞춰져 있다. 이것 또한 추억만들기이며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한 가지와 두 가지의 차이는 하나가 있기 때문에 둘을 인식할 수 있는 연관성에서 온다. 그래서 이미 지나버린 옛 영화가 아직도 정겨운 이유는 늙어서 추하기까지 한 주인공이 아닌 그때의 모습이 변함없이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년이면 정말 없어져 버릴지 모를 돌 섞인 골목들을 다시 찾는 김효산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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