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7시가 되서야 그친다.
떠날 준비를 하고 8시에 푸리 LiYu Pond Camp(鯉魚潭露營區)를 출발한다.
하지만 다시 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
어제밤 캠프장 주인이 이 지역이 산악지대라 비가 계속 내린다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한참을 비를 맞고 달렸다.
어찌나 춥던지...
르우에탄을 지나고 작은 도시 몇군데를 지나 113km를 달려
지아이 근처에 있는 민숑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원래는 105km정도 거리인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좀 더 달리게 된거다.
특별히 볼게 있어서가 아니라 이 근처에 야영장이 3군데가 몰려 있어서 이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어제밤의 행운은 그기까지인듯...
첫 번째 간 곳은 문을 닫았고
두 번째는 상태에 비해 너무 비싸게 부른다.
아직 한곳이 남아 있어서 냉정하게 돌아 나왔다.
하지만 세 번째....
그곳도 문을 닫았더라....
돌아 나온 두 번째 그곳에는 가기가 싫고
혹시나 야영장이 있나하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본다.
없다!!!
호텔이라도 갈까해서 한군데 들어가 봤더니이곳 역시도 상태에 비해 과하게 비싸게 부른다.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가 적당한데 텐트를 치기로 하고 다시 시내를 돌아본다.
이곳이 약간 시골이라 너무 온통 논밭이고 마땅히 텐트를 칠 만한 곳이 안보인다.
돌다보니 마당이 있는 작은 교회가 보인다.
사무실에 불도 켜져 있다.
무작정 들어가서 자전거여행자인데 마당에 텐트치면 안되냐고 정중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불쌍해 보였는지 사무실 앞에는 좁으니 교회앞에 텐트를 치라고 한다.
근데 텐트를 쳐놓고 보니 그 사무실은 교회와는 관계없는 회사 사무실이고 그냥 교회 옆에 있었던 것 뿐이었다.
텐트는 교회 앞에 쳤고, 텐트를 치라고 허락한 사람은 퇴근해버렸고 애매한 상황이 되버렸다.
설마 이 밤에 누가 올까하고 마음 편하게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7시반이 되니 교회에 불이 켜지고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씩 교회로 들어온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는건지...
근데 아무도 당신 뭐냐고 묻지를 않는다.
교회로 들어가서 이렇게 이렇게 돼서 여기에 텐트를 치게 되었다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란다.
잠시 후 누가 불러 나가보니 남자분이 서 계신다.
priest란다.
아마도 누가 연락을 한 모양이다.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이렇게 이렇게 돼서 하루만 신세를 지자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란다. 그러면서 뜨거운 물 샤워를 할 수 있게 가르쳐 주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교회 안에서는 학생들끼리 모임을 하고
난 목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여행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음식이야기도 하고
교회이야기도 하고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아! 근데 왜 priest라고 한거지?
minister 아닌가?
christian church였는데...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이국 땅에서 교회 신세를 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두 시간 전만 해도 내 행운은 어제 밤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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